랜덤에 대한 흔한 오해 다섯 가지

무작위 도구를 쓰다 보면 「이건 뭔가 이상한데」 싶은 순간이 옵니다. 같은 결과가 연달아 나오거나, 특정 사람만 계속 걸리거나, 몇 번 돌려 봤더니 한쪽으로 쏠리거나. 이 글은 그런 직관이 왜 자주 틀리는지를 확률 계산으로 하나씩 따져 봅니다. 도구의 원리는 다른 글에서 다루고, 여기서는 사람의 어림짐작에 집중합니다.
오해 1: 같은 결과가 연속되면 조작이다
동전을 던져 앞면이 다섯 번 연속 나올 확률은 2의 5제곱분의 1, 32분의 1이고 퍼센트로는 3.125%입니다. 낮은 숫자라서 한 번 일어나면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이 숫자는 「다섯 번을 던진 한 판」에서의 확률이고, 던지는 횟수가 늘어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아래 표는 같은 면이 5번 이상 이어지는 구간이 던진 횟수 안 어딘가에 한 번이라도 나올 확률을 동전 던지기의 규칙에서 곧바로 계산한 값입니다.
서른 번 던지면 약 62.5%, 쉰 번이면 약 82.1%입니다. 열 번 던지는 짧은 판에서도 다섯 판에 한 판 남짓은 긴 연속이 나옵니다. 사람은 무작위라면 앞뒤가 번갈아 나와야 한다고 느끼지만, 실제 무작위 수열에는 긴 연속이 오히려 자주 섞입니다. 앞뒤가 규칙적으로 번갈아 나오는 쪽이 무작위보다는 누가 손을 댄 것에 가깝습니다.
룰렛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7칸 룰렛이면 직전과 같은 칸이 또 나올 확률이 매번 7분의 1, 약 14%입니다. 열 번 돌리면 연속된 두 번의 쌍이 아홉 개 있으니 그중 한 곳에서라도 같은 칸이 이어질 확률은 1 − (6/7)의 9제곱으로 약 75%입니다. [계산] 「방금 나온 칸이 또 나왔다」는 열 번 돌려서 네 번 중 세 번은 겪는 일입니다.
| 던진 횟수 | 한 번이라도 나올 확률 |
|---|---|
| 10번 | 21.7% |
| 20번 | 45.8% |
| 30번 | 62.5% |
| 50번 | 82.1% |
| 100번 | 97.2% |
오해 2: 오래 안 나왔으니 이번엔 나올 차례다
앞면이 열 번 연속 나왔다고 해서 다음에 뒷면이 나올 확률이 높아지지는 않습니다. 동전에는 기억이 없기 때문에 다음 던지기는 언제나 정확히 반반이에요. 이런 착각을 통계에서는 독립 사건에 대한 착각이라고 부르고, 영어로는 Gambler's fallacy라는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헷갈리기 쉬운 지점은 「열 번 연속」과 「열한 번째」를 한꺼번에 묶어 생각하는 데 있습니다. 앞면이 열한 번 연속 나올 확률은 2048분의 1로 아주 낮지만, 열 번이 이미 나온 뒤라면 열한 번째가 앞면일 확률은 그냥 2분의 1입니다. 이미 일어난 일은 확률이 아니라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룰렛에서 특정 칸이 한 번도 안 나왔다고 해서 다음에 더 나올 이유도 없고, 어제 걸린 사람이 오늘은 안 걸릴 이유도 없습니다. 매번의 추첨은 이전과 완전히 독립적입니다.
오해 3: 나만 계속 걸린다
열 명이 매주 한 명씩 뽑는다고 하면, 특정한 한 사람이 두 주 연속으로 걸릴 확률은 100분의 1입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지난주와 같은 사람이 되는 일」은 매주 10분의 1의 확률로 일어납니다. 12주 동안 이런 연속 쌍이 열한 번 있으니 한 번이라도 일어날 확률은 1 − 0.9의 11제곱으로 약 69%입니다. [계산] 내 일이라서 눈에 띌 뿐, 모임 전체로 보면 누군가는 늘 억울한 일을 겪습니다.
이것은 스물세 명만 모이면 생일이 같은 사람이 있을 확률이 절반을 넘는다(약 51%)는 생일 문제와 같은 원리입니다. [계산] 「특정한 누구」가 아니라 「아무나」를 기준으로 세면 확률이 훌쩍 올라갑니다. 네 명이 20일 동안 커피내기를 하는 상황을 직접 돌려 보았더니 누군가 이틀 연속 걸린 달이 99.6%였다는 기록은 「4명이 20일 동안 커피내기를 20만 번 해 봤더니」에 있습니다.
오해 4: 몇 번 돌려 봤더니 치우쳤으니 불공정하다
도구를 의심하는 가장 흔한 계기는 몇 번 돌려 본 결과가 반반이 아닌 것입니다. 그런데 동전을 100번 던졌을 때 앞면이 45번에서 55번 사이일 확률은 약 73%입니다. [계산] 네 번 중 한 번 가까이는 이 범위를 벗어난다는 뜻이에요. 100번 중 앞면이 55번 이상 나오는 일은 약 18%로 다섯 번에 한 번꼴이고, 60번 이상도 약 2.8%라서 드물지만 얼마든지 일어납니다. 100번의 결과가 55대 45로 기울었다고 해서 동전이나 도구에 문제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같은 비율이라도 횟수가 달라지면 의미가 달라집니다. 아래 표처럼 20번 중 15번(75%)은 흔치 않지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1,000번 중 550번(55%)은 이미 드문 일이며, 1,000번 중 600번이라면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도구가 공정한지 가늠하려면 몇 번의 결과가 아니라 충분히 많은 횟수의 비율을 봐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한 가지 더 짚어 둘 것은 큰 수의 법칙이 말하는 바입니다. 던진 횟수가 늘면 앞면의 비율은 2분의 1에 가까워지지만, 앞면과 뒷면의 개수 차이는 오히려 벌어지는 쪽으로 흔들립니다. 앞면 개수의 표준편차는 횟수의 제곱근을 2로 나눈 값이라 100번에서는 5번, 1만 번에서는 50번입니다. [계산] 비율이 고르게 모인다는 것과 개수가 똑같아진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 던진 횟수와 앞면 수 | 그 이상이 나올 확률 |
|---|---|
| 20번 중 15번 이상 (75%) | 2.07% |
| 100번 중 55번 이상 (55%) | 18.41% |
| 100번 중 60번 이상 (60%) | 2.84% |
| 1,000번 중 550번 이상 (55%) | 0.087% |
| 1,000번 중 600번 이상 (60%) | 약 100억 분의 1.4 |
오해 5: 이름을 여러 번 넣으면 소용없다
오히려 그만큼 확률이 올라갑니다. 룰렛은 후보 수만큼 같은 크기의 칸을 만들기 때문에, 열 칸짜리 룰렛에서 한 사람이 두 칸을 차지하면 뽑힐 확률은 5분의 1입니다. 같은 이름을 별도 항목으로 세는 뽑고의 규칙에서는 이름을 여러 번 넣는 일이 곧 칸을 늘리는 일입니다.
이 성질은 의도적으로 가중치를 주고 싶을 때 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성과가 좋은 사람에게 응모 기회를 하나 더 주는 식이에요. 다만 그런 규칙은 참가자 모두에게 미리 알려야 공정합니다. 한 명이 여러 번 응모하면 확률이 정확히 얼마나 오르는지, 여러 명을 뽑는 경우에는 어떻게 다른지는 「작은 경품 이벤트, 추첨 진행 체크리스트」의 표에서 계산해 두었습니다.
결과가 이상하다 싶을 때 순서대로 해 볼 일
첫째, 횟수를 센다. 「자꾸 걸린다」는 느낌 대신 몇 번 중 몇 번인지를 달력이나 메모에 적습니다. 느낌은 눈에 띈 일만 기억하지만 기록은 그렇지 않습니다. 둘째, 기준을 먼저 정한다. 인원과 기간에 맞는 확률을 알고 있으면 「이 정도는 정상」과 「이건 드문 일」을 가를 수 있습니다. 위의 표들이 그 예이고, 여러분의 조건에 맞는 숫자는 간단한 계산으로 구할 수 있습니다.
셋째, 도구보다 먼저 절차를 살핀다. 이름이 빠지거나 두 번 들어가 있지는 않았는지, 입력한 순서가 결과와 관련 있어 보이지는 않는지, 마음에 드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새 추첨을 누르지는 않았는지를 확인하세요. 실제로 불공정함이 생기는 곳은 난수보다 이런 절차인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그래도 도구 자체가 의심스럽다면 같은 조건으로 수백, 수천 번을 돌려 비율을 세어 보는 것이 방법이고, 그 결과가 계산값과 크게 다르다면 문의 페이지로 알려 주세요.
무작위를 올바르게 쓰는 법
무작위의 성질을 알았다면 활용법도 달라집니다. 무작위는 「고르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 사람에게 정확히 공평하게 기회를 나눠 주고 싶다면 무작위보다 순번제가 맞고, 누구의 판단도 개입시키고 싶지 않다면 무작위가 맞습니다.
예를 들어 청소 당번을 정한다면, 일주일 단위로는 무작위가 재미있지만 한 학기 전체에서 모두가 비슷하게 하기를 원한다면 순번을 정해 돌리는 것이 낫습니다. 어떤 문제에는 어떤 방법이 맞는지 구분해 쓰는 것이 도구를 잘 쓰는 첫걸음이에요.
참고한 자료
바로 써 보기
- 동전 던지기·주사위 — 앞면? 뒷면? 몇이 나올까
- 룰렛 — 빙글빙글, 고민은 여기까지